전시기간2026-02-12 ~ 2026-04-26
관람료무료-6000원
전시장소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참여작가김영진
주관
주최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문의033-480-7228
|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20기 입주작가 결과보고 개인전, 김영진《배치의 그림자들》 예약 등록 | |
기획의 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결과보고전
2026.02.12. – 04.26., 박수근미술관 내 현대미술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은 작가미술관으로서 작가의 삶과 작업이 형성되고 축적되는 과정을 동시대적 맥락에서 지속적으로 사유해 왔습니다. 화가 박수근의 예술이 특정한 양식이나 형식으로 환원되기보다, 삶의 조건 속에서 묵묵히 이어진 작업의 태도로 기억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오늘날 박수근미술관이 동시대 작가와 관계를 맺는 방식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5년부터 현재까지 1년간 양구에 머물며 작업해 온 네 명의 작가 ‘김영진’, ‘비홉’, ‘손기환’, ‘한석경’의 개인전을 동시에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창작스튜디오에서의 1년은 작업세계를 완성하는 시간이 아니라,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의 방법을 찾고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며 기존의 질문을 다시 세우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네 명의 작가는 각자의 예술세계를 유지한 채 새로운 조건과 거리 속에서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김영진 작가는 공간에 남은 흔적에 주목하며, 사물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찰나적 순간 속에서 지각의 구조를 탐구합니다. 비홉 작가는 사물과 이미지를 둘러싼 언어와 믿음의 체계를 해체하며, 자본과 권력의 작동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특정한 믿음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지, 그리고 그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질문합니다. 손기환 작가는 기억과 풍경이 중첩되는‘가는 길’을 통해, 도달할 수 없는 장소가 답사와 기록, 이미지의 축적을 거치며 현재의 감각 속에서 재구성되는 과정을 다룹니다. 한석경 작가는 머무름과 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흔적을 수집하며, 유동하는 탐색의 시간이 작업의 형식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사유합니다.
이처럼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의 창작스튜디오 결과보고 전시는 작가 각자가 선택한 속도와 방향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개인전입니다. 이를 통해 작가가 한 시점을 통과하며 형성한 질문의 현재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관람객은 네 작가의 개인전을 나란히 살펴보며, 동시대 작가들이 지금 어떤 질문을 붙들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이 작업의 형식과 방법으로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자를 쌓아 올리면 부피가 생길까?
- 김영진 (박수근미술관 20기 입주작가)
유학 시절 호텔 객실 청소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투숙객이 떠난 뒤 방문을 열 때마다 객실의 사물들은 매번 낯선 방식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낯선 물건이 놓여 있기도 했고, 객실의 비품을 찾느라 한참을 헤맨 적도 있다. 누군가 머물다 간 자리는 남겨진 사물의 배치에 따라 같은 구조의 객실임에도 매번 다른 형태의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나는 객실에 들어가 사물들을 지정된 위치로 옮기며 방을 정리했다. 투숙객의 흔적이 사라지고 그가 남긴 방의 형태도 사라진다. 호텔 객실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에 의해 공간의 형태가 끊임없이 바뀌는 곳이었다. 나는 투숙객이 호텔의 방에 입실해서 퇴실하는 사이 그곳에 놓인 사물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마주했던 것은 사물들의 위치가 잠시 멈춘 단편적 순간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작업실로 가져와 ‘정물 드로잉’으로 재현한다. 작업실에서 나는 투숙객인 동시에 청소부가 된다. 일상적 사물들을 매번 다르게 배치하며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투숙객이자 이내 허무는 청소부가 되기를 반복한다. 공간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새로운 배치를 만들고 허문다. 만들어지고 허물어지는 사이에 일시적으로 배치된 사물들을 ‘정물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이전의 배치는 납작한 종이 위에 연필로 그려진 선으로만 남고 공간에는 다시 새로운 배치가 자리한다.
배치의 흔적들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림자를 쌓아 올리면 부피가 생길까?